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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이작가님글

아버지

by 젤리씨 2021. 3. 2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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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아버지>

큰 나무는 늘 그늘을 마련해주었다
그 나무는 나에게는 너무나 큰 존재

나무는 언제나 말없이 고요했다
하지만, 언제나 편안했고 안전했다

새들에게는 집이 되어주고
에벌레에게는 잎사귀를 내어주고
개미들에게는 터전이 되어주었다.

큰 나무, 거대해 보였던 나무는
조금씩, 조금씩 알아차리지 못하게
죽어가고 있었다.

우리에게는 생명의 터전을 주고
나무는 죽음을 향해 꼿꼿히
걸어가고 있었다.

어느 날, 언덕에 나무는 없었다.
그곳엔 그루터기 하나만 존재할 뿐,
더 이상 큰 나무는 보이지 않았다.

수많은 나이테의 흔적은 나에게
말을 걸어왔다. 내가 큰 나무라고.

그루터기에 앉아,
한참을 울고, 또 울었다.

큰 나무가 보고싶다.
온 생명들에게 아낌없이 나눠주던
그 따뜻한 언덕 위 나무가 보고싶다.

언덕 위 나무 같았던 아버지가 보고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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