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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이작가님글

저 언덕 너머에는

by 젤리씨 2021. 3. 2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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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저 언덕 너머에는>

저 언덕 너머에는 무엇이 있을까?
어린 시절, 나는 무척 궁금했었다.

저 언덕 너머에는 호랑이가 있을까?
저 언덕 너머에는 바다가 있을까?
저 언덕 너머에는 어떤 세상이 있을까?

어린 시절, 언덕 너머를 바라보는 것이
나에게는 일상이고 하나의 낙(樂)이었다.

저 언덕 너머를 바라보는 것으로
나는 나에게 질문을 할 수 있었고,
스스로 온갖 상상과 설렘을 느낄 수 있었다.

저 언덕 너머에 무엇이 있느냐 보다
저 언덕 너머 자체로 의미가 있었나보다.

하지만, 언젠가부터
나는 저 언덕 너머를 바라보지 않았다.

어린시절 호기심과 설렘이,
청년을 지나 어느덧 중년이 되어버린
일상에 지치고 세속에 쩌들어버린
더 이상 꿈꾸지 않고 안주해버린
나의 모습만 남아있었다.

예전의 물음표는 내멋대로 마침표를 찍어버렸고
예전의 호기심은 이기심으로 변질되어버렸고
예전의 설레임은 두려움으로 변모되어있었다.

저 언덕 너머에는
어린 시절, 마음 껏 꿈을 꾸던
다시 되찾고 싶은 내 자신이 있던 것은 아닐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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